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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잠자리 공포속 감동폭발도 만발
첫보고 - 한반도 평화염원 4대강 자전거 순례(1)

등록일: 2012-07-16 , 작성자: 광진의소리

<광진의 소리 = 한반도 평화염원 4대강 자전거 시낭송 순례기(1)>

오늘이 6일째다. 자전거길을 따라 만난 다산 정약용 선생~여운형 선생 ~세종대왕~명성황후~원효대사~나옹선사의 혼령이 국토종주 4대강 남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유령처럼 내 뒤를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를 나홀로 돛단배 한 척이 허우적거리는데...

그간 소감은 ‘비오는 날 밤의 공포. 오늘 밤은 잠자리 어딜까“다. 대부분 도착지점 원두막 생활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원두막이 없는 곳에서는 다시 무한정 밤길을 내달려야 한다.

원두막이 있어도 비가 내리치기 때문에 모기장텐트는 무척이나 곤혹스럽다. 비바람이 들이치면 비닐막으로 에워싸도 텐트안으로 사정없이 빗물이 들이닥친다.

문제는 출발부터 연일 흐린 날씨에 얄궂은 비바람이다. 밤의 공포가 생긴 이유다.

그러나 매 잠자리마다 ‘기적같은 감동 드라마‘도 연발했다. 감격에 겨워 흥분한 시간들이 엮어질때마다 “아, 이거야!“하는 남 모를 탄성을 지르곤 한다.

길을 잘못들어 밤중 험악한 산속에 들어갔을때 마침 강원도(원주시 외곽)에 밀어닥친 폭우는 정말 무서운 공포의 밤이었다. 낮에 여주군에서 세종대왕,명성황우,나옹선사,원효대사에 심취한 날이다.

50대 산골 남자가 ‘엉뚱한 길‘을 가르켜주어 폭우속 산중에서 오도가도 못했다.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날 폭우속 감동드라마가 연출되었다. 원효대사의 중국 유학길 밤길에서 마신 ‘해골물‘의 기적이었다.

밤마다 잠자리 공포속 감동폭발도 만발...(뒤에 자세히 설명됨)

출발시에는 매일 도착시마다 가까운 PC방에서 그날 그날의 ‘여정‘을 올리고자 했다. 그러나 현지사정은 달랐다. 기자의 첫 헛점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밤에 도착한 시골마을에 PC방이 있을리 만무였다.

더군다나 첫날부터 잔뜩 찌프린 날씨에 어느 마을에 도착하고 보니 가랑비가 굵어진다. 당황스럽다.

첫날 밤부터 얄궂게 뭇비가 내리친다. 산자락에 걸쳐있는 원두막을 발견했을땐 마음이 심란했다. 그러나 대안은 없다. 텐트를 칠수밖에. 텐트야영은 이번 투어숙소의 기본원칙이다.(단,일주일에 한번정도는 찜질방에서 목욕겸 누적된 피로를 풀 계획)

텐트라야 동네 길거리에서 구입한 2인용 모기장 텐트다.(실제로 텐트를 펼치고 양옆,머리밑에 장비 등 짐을 풀고나니 공간은 혼자 겨우 누울 수 있는 ‘나홀로 텐트‘였다)

*첫날밤 능내1리 연꽃마을에서

밤새 비바람 설쳐 마음이 착잡하고 심란하다 보니 저녁 때거리 생각이 별로다.

어둠을 헤집고 불빛 따라 마을 가게에 들려 우유 작은 것 1개 사들고 들어와 집에서 챙겨온 조리퐁과 함께 저녁식사를 때웠다.

시장끼가 돌아서인지 ‘꿀맛‘이다. 옆에 챙겨놓은 ‘버너‘가 퀭한 모습이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나니 ‘뱃속에 포만감‘이 부풀어오른다. 역시 ‘먹는 즐거움‘은 인생지락의 으뜸이다.

모기장 틈새로 보이는 빗속의 호숫가(넓은 호수같은 한강지류)가 강건너 외딴집 불빛에 을씨년 스럽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괴기스런 분위기다.

그러나 다산 정약용 선생 유적지 둘레길이라 ‘다산 시향(詩香)‘에 깊은 상념을 하며 스르르 눈이 감긴다. 다산 시향은 나의 시고향이기도 하다.

첫 시집 ‘허수아비와 구케이원‘ 첫 장에 인용한 시가 바로 ‘다산 정약용 시‘다. 사실 이곳에 자리를 한 것은 옛 철길따라 인도되는 자전거도로 길가‘다산 시선‘ 돌비 때문이다.

예스런 다산의 시정에 흥취하다보니 마냥 시간이 늘어져 더 이상 멀리 가질 못했다.

“야 이놈아,니가 나를 좋아한다면서 어디를 쏜살같이 내달리려 하느냐?“
다산 선생은 계속 나의 자전거 페달을 멈추게 했다.

자전거길로 변한 옛 철길따라 정감어린 다산 시선비가 내 바지가랑이를 계속 붙잡고 쉬어쉬어 가란다.

*



<흰 구름처럼>

-다산 정약용-

흰 구름에 가을 바람이 불어
푸른 하늘엔 구름 하나 없네
문득 이몸이 기벼워져서
표연히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

-출처 다산 시문집-

..

표연히 머나먼 여정을 떠난 내 마음과 같아 크게 위안이 되는 정감어린 시향이 풍겨온다.

*동네자전거로 4대강 3천리 한 바퀴를 돌고자

한반도 해봤자 동네 한바퀴인데... 집에서 쓰던 동네자전거로 4대강을 한 비퀴 돌겠다 하니 주변에서 난리다. 무리다는 것이다. 요즘 자전거는 100만원대부터 7~800만원대, 1800만원대 등 기능성을 이유로 가격이 천양지차다. 심지어 9천만원대의 자전거도 나왔다하는데 아직 본적은 없다.(1천만원대는 많이 보았음)

내 자전거는 집사람이 뭔가를 샀는데 ‘판촉용‘으로 받은 선물이다. 동네 자전거로는 딱이다. 사람들이 걱정을 할만도 하다. 나도 자신은 없다. 가다가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그러나 문제는 부대짐이 처음엔 38KG정도였다. 중곡동 자전거점에서 철망 2개를 사서 자전거 뒤 양편에 짐칸을 만들었다. 그속에 프라스틱 반찬그릇(비에 젖지않도록 컴퓨터 부속품류-카드리더기,카메라 충전기,디스켓카드 등과 상비약,필수 서적-시집 등-싣기에 안성맞춤) 2개씩 양편에 넣고,그 위에 2인용 모기장 텐트 1개, 그 위에 각종 옷가지를 넣은 배낭 1개, 그 위에 자전거 바람넣는 펌핑기...)

맨 앞 바구리는 ‘카메라 전용박스‘다. 지금까지 가장 신경이 쓰였다. 무엇보다도 ‘비‘때문이었다. 애지중지 ‘카메라 보호‘에 온 신경이 예민하다.

결국은 첫날밤 지난후 최대한 물품을 줄여(주로 옷가지,양말 등)일부는 버렸다. 그래도 30KG대다. 동네자전거가 잘 견뎌주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다.

“이 자전거로 4대강을 돕니까?“

‘국토종단 자전거 도로‘에서 만나는 ‘자전거 여행자‘들도 불안하다는 표정들이다.

나는 “한반도...해봤자 동네 한 바퀴다! 동네 자전거로 한반도의 절반인 동네 한 바퀴 돌 뿐이다!“는 제법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웠다.

그렇지만 나에게도 ‘전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르막길은 최대한 정상까지 기어조절로 오르되 엄청난 힘이 가해지는 지점에서는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고, 한편 내리막길에서도 급경사길은 내려서 끌고가는 식으로 자전거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이다.

“내 자전거는 세살박이 어린아이다. 세살박이 어린애하고 4대강을 한바퀴 도는거야. 그러니까 최대한 천천히 느릿느릿 아주 느릿느릿 달리는거여...“

날마다 달리는 자전거위에서 염불을 외운다.
그러다가도 평지가 나오면 쌩쌩이다. 급경사 오르막길,급경사 내리막길에서 참았던 ‘질주욕망‘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며 죽을 힘을 다해서 ‘질주 분풀이‘다.

질풍노도처럼 페달을 내리 밟아 최고속도 시속 18Km( 이 자전거의 한계속도)로 치달린다.
“아,그 상쾌함, 무한질주의 쾌속감!“

*

-

*구리시 한강공원을 벗어나자 와락 외로움이 밀려와

망망대해에 나홀로 돛단배 띄우고 장거리 원정을 앞두고 체력단련 겸 자전거 신체적응력강화 훈련차 출발전 2달간 수없이 오고간 자양동 뚝섬유원지역~구리시 한강공원 사잇길이다.

그런데 이날 잔뜩 찌프린 날씨속에 구리시 한강공원에 이를 무렵 구의동 거주 한 어르신을 만나고 이어 이미 약속한 구리시 예총 소속 홍보간사 김경복님을 만나 사진촬영기술을 집중강의를 받은후 경험자로서(구리시~낙동강) 주의사항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안전운전과 체력관리를 당부했고 특히 장거리이기 때문에 ‘음주삼가‘를 권고했다.

둘은 이미 일주일 전에 김정순 님과 함께 ‘민들레‘를 다듬고 있었던 연유로 구면이 되었고 오늘 마중을 나온 것이다. 우리는 ‘민들레 특히 하얀 민들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었었다.“

이번 4대강 종주여행의 ‘핵심 주제‘다.

“한반도의 정절, 하얀 민들레야-그러니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망초가 한반도를 뒤덮는데-“

그런데 구리시 한강공원을 막 벗어나면서 갑지가 눈앞이 뿌옇게 돌변했다. 머리속에는 계속헤서 “망망대해 망망대해....“ 외마디 단어가 여울을 이루었다.

*

4대강 첫 민심취재 외로움이 와락 밀려들면서다. 와락! 이라는 말이 연거프 터져나왔다.
정말 외로움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이제 정말 떠나는가 보다.
60일 대장정...동네자전거로 4대강 한바퀴?“

두려움도 밀려든다.

“내가 왜, 이런 무리한 모험을 하느건가? 나이가 60인데...헐~“

마구 달린다.
남양주시 꺾는깅 다리를 지나 무작정 달리고 나니 첫 난코스가 눈앞에 버티고 나섰다. ‘자전거도로 해제‘지역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한다.

‘자전거 쉬었다 가는 곳‘이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늘상 보았던 ‘장어 풍차‘집 노천 카페 천막이 빨간색 청색이 강렬한 빛으로 유혹한다.

“노천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시고 가셔요“
스치는 바람결에 들리는 나그네의 속마음 소리다.

아릿다운 아가씨가 사뿐 사뿐 다가온다. 말이 없다.

“..............“

자릿값하라는 소리도 없다.

“4대강 자전거 순례길 떠납니다“
“어머머...시인이시네요“
호기심이 발동한듯 반가운 눈빛이다.

2000원짜리 사이다 한병으로 자리값할 셈이었는데 아가씨의 사근한 친절에 마음이 살랑거린다.
조금후 남자가 나타나 ‘사진촬영‘을 부탁하면서 자연스럽게 화제가 ‘4대강 자전거 종주‘로 번졌다.

“4대강 공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곳 사장님이신가요?“

4대강 민심탐방 첫 취재가 시작되었다. 40대인 그는 ‘장어 풍차집‘ 주인이었다. 네모진 반듯한 얼굴에 사업가로서 강인한 인상이다.

“저는 그런대로 잘 한 것으로 봅니다. 물론 안좋은 면도 있고요“

첫 반응은 긍정 80%다.

“전국 4대강을 일주하신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시인이시군요“
이무렵 아가씨는 어느새 정식을 차려내왔다. 사실은 ‘사이다 1병‘만 시키려 했다가 너무 친절해서 4천원짜리 국수로 바꿨는데 주인장 사장님이 아가씨한테 정식을 시킨 모양이었다. 계산을 하자 끝까지 거부하셨다.

“먼길을 가시는데 좋은 작품을 구상하시고 오라“는 격려라 했다.

사실 나는 하루 1만원 이상 안쓰기 원칙도 세워두었다. 평소엔 버너에 밥을 해먹고 일주일에 2번정도 강변 읍내에 가서 영양식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첫날 점심을 횡재했다. 돌지않는 강변의 풍차집 장어구이가 강변에 물안개처럼 맛향이 내번지는 듯했다.

“인간도처(人間到處 유청산(有靑山)이요“(인간이 가는 곳마다 푸른 산이요)
남아도처(男兒到處) 유미인(有美人)인데(남아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데)

유전(有錢)이면 유정(有情)이요, 무전(無錢)이면 무정(無情)이라(돈이 있으면 정이 생기고 돈이 없으면 정도 없더라)
청산백운지우(靑山白雲之友) 유무상통(有無相通)이더라“(허나 청산과 흰구름을 벗삼는 나그네길에는 유무가 상통하더라)

30여년전 대학 2학년 겨울방학때 걸어서 전국일주 무전여행시 지어부르던 노래가 가슴에 뭉클거리며 떠오른다.

돌지 않는 풍차의 노점카페

.
.
.
.
를 뒤로하고 첫 오르막길 가파르다. 낑낑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넘으니 구슬땀이 이마에 흥건하다. 잘 얻어 먹은 점심덕에 용케도 넘어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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