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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김기덕 감독작 ‘피에타‘ 를 세계정상에?
‘피에타’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고상 황금사자상 수상<펌>
등록일: 2012-09-10 , 작성자: 광진의소리
<한국일보=허정현 기자>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이 9일 한국영화 ‘피에타‘의 품에 안겼다. 국내 영화계는 김기덕 감독의 대표적 코드인 야성이 영화에 잘 정제돼 표현됐고 종교적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드러낸 점을 수상의 동력으로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어떤 영화의 문법도 따르지 않은 고유의 스타일과 이야기가 북미와 유럽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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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실제로 공단 노동자 생활을 경험했던 김 감독이 사회 밑바닥에서 오가는 물리적 폭력이나 극단적인 정서를 잘 살려 영화에서 하드코어하게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인 전찬일 평론가도 “김기덕 영화의 대표 코드인 야성이 잘 드러나면서도 그 야성을 잘 정제해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영화다“라고 평했다.
김 감독이 세계영화 역사상 드러나지 않았던 고유한 스타일과 이야기를 선보였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김 교수는 “영화제에서 통용되는 예술영화의 패러다임이나 서양영화의 전통을 벗어나 어느 감독과도 유사성이 없는 독특한 화법이 유럽에서 주목 받을 수 있었던 힘“이라고 분석했다.
‘피에타‘는 특히 종교적인 구원을 전면에 부각시켜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미켈란젤로의 모자(母子) 조각상의 이름을 딴 이 영화는 잔혹하고 파괴적인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상상을 뛰어넘는 복수와 사랑의 방식을 보여주며 인간 존재의 구원 가능성을 처절하게 아름다운 장면으로 표현한다.
‘피에타‘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영화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여년간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왔던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 100년사에 최대 쾌거“라고 기쁨을 표했다. 국내 대표적인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박찬욱도 봉준호도 홍상수도 이창동도 아닌 김기덕 감독이 먼저 최고상을 받았네요. 한국에서 유독 비주류 아웃사이더였던 그의 오늘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트위터에 축하 인사를 올렸다.
하지만 비대중적인 작품을 외면했던 한국영화계에 자성을 촉구하는 쓴 소리도 적지 않았다. ‘시월애‘ 푸른소금‘ 등의 이현승 감독은 트위터에 “김기덕의 수상은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 부끄럽다. 제작비의 대부분은 자신의 돈과 해외판매 수익으로 충당된 것이다. 한국영화계가 키워낸 감독이 아니라 한국 밖의 관객과 영화인이 키운 감독“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김기덕 감독은 시상식에서 “영화 ‘피에타‘를 선택해준 모든 이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민요 ‘아리랑‘을 불렀다. 김 감독은 지난해 자신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아리랑‘으로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을 때도 이 노래를 불렀었다.
‘피에타‘의 수상은 일찍부터 예상됐었다. 3일 현지에서 프레스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로부터 10분 넘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국의 ‘할리우드 리포터‘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영화 매체들은 이 영화를 황금사자상 후보 1순위로 꼽았다.
‘피에타‘는 해외 영화배급사들로부터도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피에타‘ 해외배급사인 화인컷에 따르면 현재까지 러시아, 노르웨이, 터키, 홍콩, 그리스 등 20여 개국 배급사와 계약을 맺었다. 또한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 독일에서도 극장 개봉을 확정 지으며 해외 판매에서도 큰 성과를 올렸다. 또 국내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각색한 책 ‘피에타‘도 9일 서점 출고 하루만에 예약 판매로 초판 5,000부가 완판되 는 등 열풍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사설] 비주류로 세계 영화계 우뚝 선 김기덕 감독
[중앙일보] |
김기덕 감독의 작품인 ‘피에타’가 어제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 칸,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김 감독 개인의 영광이면서 한국 영화 100년사(史)의 쾌거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특별은곰상을 받은 이래 50년 넘게 이어져 온 한국 영화의 세계 3대 영화제 도전사가 김 감독의 이번 수상으로 마침내 정점(頂點)을 찍었다.
김 감독의 베니스 영화제 정복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그의 굴곡진 삶과 집요한 작가주의 정신 때문이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난 김 감독의 최종 학력은 중졸이다.
생계를 위해 청계천과 구로공단에서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영화도 독학으로 깨우쳤다. 스스로 자신을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그는 흥행성보다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파고드는 자기만의 작품에 매달렸다. 그 바람에 충무로에선 마이너리티이자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통했다.
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사마리아’로 2004년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같은 해 베니스에선 ‘빈집’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한국의 비주류 영화감독이 만든 개성 강한 작가주의 작품이 세계에 통했다는 점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수상작인 ‘피에타’는 자본주의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 존재의 구원 가능성을 묻는 영화다. 이런 ‘불편한’ 영화가 베니스에서 최고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영화의 다양성과 지평이 넓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고 본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깎아놓은 밤처럼 세련미가 돋보이는 콘텐트만이 아니라 강력한 개성을 갖춘 비주류적 콘텐트도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것을 김 감독은 보여줬다.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 끝에 세계 영화계의 정상에 우뚝 선 김 감독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 | 기사에 대한 한줄 의견을 남겨주십시요. 256 남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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